HOME > 관련정보 > 관련산업 리포트     
 
 
제목
   `삐삐`…사라져 가는것에 대한 단상
번호
22
글쓴이
  관리자
조회
5938
글쓴날
  2007-02-16 오전 10:54:20
첨부
 
`삐삐`…사라져 가는것에 대한 단상


디지털 휴머니즘
네 진동에 내 마음도 떨렸다…
'바쁜 직장인의 상징'서 PCS에 밀려 추억속으로
현재 가입자 4만여명…증권ㆍ의료 등 전문직서 애용
부르르 네가 진동하면 내 맘도 떨리던 그 시절...

지금으로부터 딱 10년전. 1997년 당시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주머니 속이나 허리춤에 조그만 기계장치를 하나씩 갖고 있었다. 그 기계장치가 어느 순간 부르르 진동하면 손은 자동적으로 기계장치로 향했고, 시선은 조그만 액정에 뜬 숫자들에 고정됐다.

열애중인 젊은 연인들은 `8282 1004'란 여덟개 숫자가 뜨면 설렌 가슴을 안고 최단거리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를 향해 달음질 쳤다. 때론 공중전화 부스 앞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속을 태우기도 했다. 은밀한 밀어로 가득 찬 음성사서함은 그들만의 보물상자였다.

월말 목표실적을 채우지 못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현장을 누비던 말단 영업맨들. 그들에게 액정에 표시된 사무실번호와 8282는 호랑이 상사의 불호령을 의미했다. 수신이 되지 않는 지하에 있다고 둘러대 볼까 하다가도 이내 풀죽은 걸음을 근처 전화기를 향했다.

30~40대들에게 낯익은 추억의 모습들. 10년전인 1997년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가 그려내던 풍경들이다.

◇'어제'의 삐삐〓국내에 삐삐가 보급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초창기 삐삐는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의 상징이었다. 대기업 또는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비즈니스맨, 정보기관 종사자 등 주로 촌각을 다투는 업무에 종사하는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삐삐를 사용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허리춤에 채워진 삐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삐삐의 대중화 시점은 1993년. 무선호출사업자수가 증가하면서 가입자도 폭발적으로 늘어 1995년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삐삐의 전성기로 꼽히는 1997년 가입자수는 무려 1500만명에 달했다.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삐삐는 필수 통신수단이었다. 여기저기서 삐삐는 울어댔고, 공중전화 부스 앞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발신전용 시티폰이 나왔을 때만해도 승승장구하던 삐삐는 1997년 PCS의 등장과 함께 몰락의 길에 접어든다. 언제 어디서나 착발신이 가능한 첨단 이동통신서비스인 PCS와 셀룰러로 가입자들이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등 대기업들은 사업권을 넘겼고, 나래앤컴퍼니, 전북이동통신, 새한텔레콤 등 지역 사업자들마저 2000년부터 속속 사업을 접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삐삐는 그렇게 무대 뒤로 쓸쓸히 밀려났다.

◇`오늘'의 삐삐〓비록 소수지만 2007년 현재도 삐삐는 울린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무선호출가입자수는 4만2690명. 전국사업자인 리얼텔레콤이 유일하게 012 무선호출서비스를 제공, 삐삐의 명맥을 잇고 있다.

통계상의 삐삐가입자 4만2000여명 중 실제 삐삐사용자는 1만명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무선호출망을 통해 제공되는 증권정보서비스 이용자들로 파악되고 있다. 삐삐 사용자들은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ㆍ간호사, 대규모 공장의 근로자 등 일부 직원군에 주로 몰려있다. 아직도 삐삐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다음카페에 `삐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Http://cafe.daum.net/ilovebeeper)'을 만들어 변치 않는 삐삐사랑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무선호출서비스 이용료는 음성사서함을 포함해 광역서비스를 받을 경우 월 1만700원. 신규 가입자가 거의 없는 형편이어서 단말기는 기존의 재고 물량과 필요시 소량 주문 생산을 통해 교체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한준식 리얼텔레콤 팀장은 "무선호출 이외에 무선호출망을 활용할 수 있는 신규서비스를 개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며 "하지만 무선호출망이 살아있는 한 삐삐 서비스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한다. 첨단 서비스에 밀려 과거 서비스는 사라져 가지만, 그 시절 시간이 만들어 낸 추억과 풍경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랜 생명력으로 남는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삐삐는 부르르 울려대고 있다.

◇삐삐가 좋은 10가지 이유
1. 삐삐는 전자파가 없다.(핸드폰과 달리 수신만)
2. 삐삐는 금전적 문제가 없다.(매달 일정한 기본료만 내)
3. 삐삐는 사생활이 보호된다.(위치추적불가, 시도때도 없이 울리지 않는다)
4. 삐삐는 오래간다.(건전지 하나면 한달이상 쓴다)
5. 삐삐는 스팸이 없다.(시도때도 없는 문자 및 전화여 안녕~)
6. 삐삐는 통화연결음이 무료다.(컬러링,필링,목소리도 넣을수있다)
7. 삐삐는 잘터진다.(동일 조건에서 핸드폰 보다 수신율을 우수)
8. 삐삐는 애국이다.(삐삐의 재활용 및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기지국을 다시 사용)
9. 삐삐는 생활의 여유다.(연락은 내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당한 시간에)
10. 삐삐는 자유다.(삐삐로도 생활에 불편이 없을 때, 이 마저도 없이 살 수 있는 경지가 목표)

<출처 : 다음카페 삐사모에서>
송정렬기자 songjr@
 
 `삐삐`…사라져 가는것에 대한 단상